2026.07.08 · Vol. III · No. 28
GLOBAL · 한국 시장 / Vol. III · Issue 22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첫해, 철강·시멘트·알루미늄 수출기업의 비용 청구서

CBAM 전환기간이 끝나고 관세가 본격화되면서 철강·시멘트·알루미늄 수출기업이 떠안을 비용 부담을 정량 분석한다.

Figure 0 Industrial steel manufacturing with machinery and molten metal
Industrial steel manufacturing with machinery and molten metal Photo by Brian McMahon on Unsplash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1년차 준수 비용 분석

들어가며: 탈탄소화의 숨겨진 세금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가 2025년 10월 정식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1년간의 과도기를 거치면서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수출업체들은 새로운 현실과 마주치고 있다. 단순한 규제 변화가 아닌, 글로벌 공급망의 경제 구조를 재편하는 메커니즘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CBAM의 핵심은 명확하다. EU 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 탄소 감축에 투자한 비용을 보호하되, 역외에서 수입되는 저탄소 기준 미충족 제품에 대해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한다. 이는 전 지구적 탄소 감축 경쟁에서 EU의 규제 기준을 국경 너머로 확장하는 시도다.

그 결과, 글로벌 소재 산업의 경제성이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다.


CBAM 1년차: 과도기의 현실

과도기 구조와 예비 보고 체계

CBAM은 2023년 10월 예비 보고 단계로 시작했다. 수입업체는 EU로 들어오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의 실제 탄소 함유량을 신고해야 한다. 아직 관세는 부과되지 않았지만, 이 기간 동안 기업들은 탄소 회계와 추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2025년 10월부터는 과도기가 끝나고 정식 단계가 시작된다. 수입업체는 CBAM 인증서를 매월 또는 분기별로 구입해야 하며, 그 가격은 EU 탄소배출권(ETS) 시세에 연동된다. 현재 ETS 가격이 톤당 80-100유로 수준에서 변동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탄소 집약적 제품의 수입 비용은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과도기 1년간의 데이터 수집 효과

과도기 1년간 가장 중요한 성과는 데이터 표준화다. EU 통계청(Eurostat)과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약 17,000건의 CBAM 신고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 철강 제품: 톤당 평균 1.8-2.2톤 CO₂ 상당(국가별로 1.2-3.5톤 범위)
  • 시멘트: 톤당 0.6-0.8톤 CO₂
  • 알루미늄(일차 알루미늄): 톤당 12-15톤 CO₂ 상당
  • 비료(질소 비료): 톤당 1.5-2.0톤 CO₂

이 데이터는 단순 추정이 아니라 실제 보고된 값이다. EU는 이를 기반으로 2025년 10월부터의 산정식을 결정했다.


1년차 준수 비용의 실제 산출

철강 산업: 톤당 144-176유로의 추가 비용

철강은 CBAM의 가장 큰 영향 대상이다. EU로 수입되는 철강의 약 40%가 중국, 인도, 러시아, 터키에서 온다.

기초 계산:

  • 평균 탄소 함유량: 2.0톤 CO₂/톤
  • ETS 가격(현재): 90유로/톤 CO₂
  • CBAM 인증서 비용: 2.0 × 90 = 180유로/톤
  • 현물 철강 가격(기준): 600-700유로/톤
  • 비용 부담율: 25-30%

과도기의 신고 데이터를 보면, 탄소 집약도가 낮은 국가(예: 수력 전력이 풍부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의 수출업체는 톤당 50-80유로 수준의 CBAM 인증서만 필요했다. 반면 석탄 기반 발전을 사용하는 국가의 수출업체는 톤당 200-250유로까지 부담해야 한다.

미국 철강(스텔코, U.S. Steel 등)도 미국 평균 탄소 함유량 기준으로 신고했으며, 이는 EU 평균보다 약간 높은 1.9-2.1톤 CO₂/톤 수준이다.

시멘트 산업: 구조적 취약성

시멘트는 탄소 함유량은 철강보다 낮지만, 운송 비용이 높고 지역 특성이 강해 CBAM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그러나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의 저비용 시멘트 수출국들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 평균 탄소 함유량: 0.7톤 CO₂/톤
  • CBAM 인증서 비용: 0.7 × 90 = 63유로/톤
  • 현물 시멘트 가격(CIF EU): 100-130유로/톤
  • 비용 부담율: 48-63%

이는 철강보다 부담이 크다. 왜냐하면 시멘트의 절대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그 결과, 터키, 이집트, 베트남의 시멘트 수출업체들은 가격 인상이나 수출 축소를 강요받게 된다.

알루미늄: 최악의 경우

일차 알루미늄(primary aluminum)은 가장 탄소 집약적이다.

  • 평균 탄소 함유량: 13톤 CO₂/톤 (정련 과정 포함)
  • CBAM 인증서 비용: 13 × 90 = 1,170유로/톤
  • 현물 알루미늄 가격: 2,200-2,500유로/톤
  • 비용 부담율: 47-53%

이는 극단적이다. 특히 중국, 인도, 뉴기니의 알루미늄 제련소는 저탄소 기술로 전환하지 않은 한, EU 수출 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과도기 신고 데이터에서 주목할 점: 저탄소 알루미늄(수력 발전 기반, 호주)은 톤당 4-6톤 CO₂ 수준이었다. 이는 표준 알루미늄의 1/2-1/3에 불과하다. 따라서 저탄소 알루미늄의 가격 프리미엄이 정당화될 수 있다.


수출국 버텴: 순차적 위축

국가별 영향 매핑

고영향 국가:

  • 중국: 철강 2억 톤/년, 알루미늄 1,000만 톤/년 수출 중 EU 비중 15-20%
  • 인도: 철강 1,000만 톤/년, 시멘트 1,500만 톤/년 중 EU 비중 10-15%
  • 터키: 철강 600만 톤/년 중 EU 비중 40%, 시멘트 500만 톤/년 중 EU 비중 30%
  • 러시아: 현재 제재로 인해 직접 영향 없음, 그러나 대체 수출처(아시아) 경쟁 심화로 간접 압박

보호되는 국가:

  • 호주: 저탄소 기술 (풍력, 수력) 기반
  •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수력 발전 기반 에너지
  • 미국: 당분간 CBAM 대상 아님 (WTO 양자 협상 중)

수출가 하락과 공급망 재편

1년차 과도기 종료 후 예상되는 현상:

  1. 가격 경합력 상실: 터키, 인도 철강은 톤당 30-50유로의 가격 우위를 상실하게 된다. 이는 EU 역내 철강사(ArcelorMittal, ThyssenKrupp)에게 보호 효과를 제공한다.

  2. 아프리카·남아시아의 선택지 축소: EU 시장을 잃은 수출업체는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시장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그러나 이들 시장은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3. 저탄소 프리미엄의 형성: 호주, 노르웨이 저탄소 제품은 톤당 50-100유로의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공급자들의 탄소 감축 투자 유인을 강화한다.


시장 함의와 투자 포지셔닝

수혜 주체: EU 역내 철강/소재사

ArcelorMittal (MT)

  • EU 철강 생산 역량: 약 5,500만 톤/년
  • 현재 탄소 강도: 1.8톤 CO₂/톤 (EU 평균에 가까움)
  • CBAM의 보호 효과로 2025년 이후 마진 개선 가능
  • 리스크: 중국 저가 후진 전술, 중동 신규 생산 진출

Heidelberg Materials (HEI.DE) - 시멘트

  • EU 시멘트 생산 역량: 1.8억 톤/년
  • 역내 보호 효과 명확
  • 다만 아프리카 수입 시멘트 경쟁 심화 주의

피해 주체: 수출 지향적 국가의 제련소

Nippon Steel & Sumitomo Metal (일본)

  • 일본 철강은 탄소 강도가 낮은 편 (1.6톤 CO₂/톤)
  • CBAM 영향 제한적, 다만 가격 경쟁력 상대적 약화

중국 철강 (Baosteel, CNPC 계열)

  • CBAM 대상 수출의 20-30% 비용 상승 예상
  • 단기: 가격 인하로 대응, 마진 압박
  • 장기: 저탄소 기술 투자 필요

결론: 규제 기반 구조 변화

CBAM 1년차 과도기는 데이터 수집과 기업 적응의 시기였다. 2025년 10월부터 본격화되는 정식 단계에서는:

  1. 관세 실재화: ETS 가격에 연동된 CBAM 인증서가 실제 비용으로 작용한다.
  2. 공급망 재편: 저탄소 제품의 프리미엄이 강화되고, 고탄소 국가의 수출 위축이 가속화된다.
  3. 투자 기회: EU 역내 철강·소재사의 마진 개선과 저탄소 기술 리더의 프리미엄 확대가 주요 투자 테마가 될 것이다.

현재의 탄소 가격(톤당 80-100유로)이 유지된다면, 철강 추가 비용은 25-30%, 시멘트는 48-63%, 알루미늄은 47-53%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규제 부담이 아니라, 글로벌 소재 산업의 경제성을 재정의하는 변곡점이다.

투자자는 이제 단순 수급과 가격만이 아니라, 기업의 탄소 강도와 CBAM 대응 역량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