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토리: 폭발의 밤 (스릴러)
2016년, 수원 연구소의 한 엔지니어는 자정에 걸려온 긴급 전화를 받는다. 갤럭시 노트7이 폭발했다는 보고였다.
자정이 넘은 시각, 김민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수원 연구소 품질관리팀장인 그는 이미 잠자리에 들었지만, 발신자를 확인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본부장이었다.
“민준 씨, 지금 당장 연구소로 와야 합니다. 긴급 상황입니다.”
목소리에 떨림이 섞여 있었다. 15년간 함께 일하며 단 한 번도 그런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민준은 옷을 집어 입으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노트7이… 폭발했습니다. 플로리다에서 첫 사고가 보고됐고, 지금 막 한국에서도 두 건이 더 접수됐어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갤럭시 노트7. 두 달 전 전 세계에 출시된 플래그십 모델. 언론은 《역대 최고의 스마트폰》이라고 극찬했고, 예약 판매만 40만 대를 넘겼다. 그런데 폭발이라니.
연구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비상대책팀이 소집되어 있었다. 회의실 중앙 테이블에는 검게 탄 노트7의 잔해가 놓여 있었다. 배터리 부분이 완전히 녹아내려 있었다.
“배터리입니다.” 누군가 말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과열되어 발화한 겁니다.”
하지만 민준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배터리 공급업체는 두 곳이었다. 삼성SDI와 중국의 ATL. 만약 배터리 자체의 문제라면, 두 업체 중 하나의 제품에서만 사고가 발생해야 했다. 그런데 보고서를 보니 양쪽 배터리에서 모두 폭발 사례가 나오고 있었다.
“배터리가 아니라 설계입니다.” 민준이 말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설계 문제라는 건, 이미 출하된 250만 대 전체가 시한폭탄이라는 뜻이었다.
민준은 화이트보드로 걸어가 다이어그램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트7은 역대 가장 얇은 디자인을 목표로 했습니다. 배터리 공간을 0.2밀리미터 더 줄였죠. 문제는 여기입니다.”
그의 손끝이 배터리 구획을 가리켰다.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의 세퍼레이터가 압박을 받으면 미세하게 손상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부 단락이 발생하고…”
“폭발로 이어진다.” 본부장이 낮게 중얼거렸다.
다음 사흘은 지옥이었다. 팀은 24시간 교대로 테스트를 반복했다. 수백 대의 노트7에 압력을 가하고, 충전 사이클을 가속화하고, 온도를 높였다. 그리고 하나둘씩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떤 것은 조용히 연기를 내뿜었고, 어떤 것은 격렬하게 불꽃을 토했다.
넷째 날 새벽, 민준은 최종 보고서를 작성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전량 리콜.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날 오후, 기업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이 내려졌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판매된 250만 대의 갤럭시 노트7을 모두 회수하고, 생산을 중단하며, 고객들에게 환불 또는 교환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추정 손실액은 5조 원을 넘었다.
민준은 빈 연구소에 홀로 남아 창밖을 바라봤다. 동이 트고 있었다. 회사는 위기를 맞았지만, 적어도 더 큰 재앙은 막았다. 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실패가 삼성을 더 강하게 만들 거라는 것을. 배터리 안전 기준을 재정의하고, 8단계 안전 검사를 도입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2년 후, 갤럭시 S8이 출시됐을 때, 언론은 다시 한번 극찬을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장 안전한 스마트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민준은 그 기사를 읽으며 미소 지었다. 그 밤의 공포가 결국 신뢰로 바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