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스토리: 크림에서 배터리까지 (유머)
1947년, 서울 어느 작은 공장에서 럭키크림으로 시작한 화학회사가 전기차 배터리 강자로 거듭나기까지의 유쾌한 여정.
1947년, 서울 어느 작은 공장. 허름한 건물 안에서 한 무리의 화학자들이 모여 있었다.
“자, 이제 우리 회사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창업자 구인회가 말을 꺼냈다.
“럭키는 어떻습니까? 행운이라는 뜻이니까요.” 한 직원이 제안했다.
“좋아! 럭키 케미컬이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의 첫 제품은 화장품 크림이었다. 《럭키크림》. 이름도 참 솔직했다. 발라서 럭키해지길 바라는 크림.
“우리가 화학회사인데 왜 크림을 만듭니까?” 한 연구원이 물었다.
“화장품도 화학 아닌가? 유화, 계면활성제, pH 조절… 다 화학이지!”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들은 진지하게 화학을 연구했고, 크림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한국전쟁 이후 피폐해진 사람들에게 작은 사치품이자 희망이었다.
하지만 야심찬 화학자들이 크림에만 만족할 리 없었다.
1958년, 회사는 치약 사업에 뛰어들었다. 《럭키치약》. 여전히 네이밍 센스는 그대로였다. 이를 닦으면 럭키해진다는 암시.
“다음은 뭘 만들까요?”
“플라스틱은 어때? 요즘 대세잖아.”
“아니면 비누?”
“합성세제도 괜찮을 것 같은데?”
결국 이들은 다 만들었다. 1960년대 들어 석유화학 사업으로 본격 확장하면서, 럭키화학은 더 이상 크림회사가 아니었다. 폴리스티렌, PVC, ABS 수지…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화학물질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995년, 회사는 LG화학으로 이름을 바꿨다. 더 이상 ‘럭키’만으로는 부족했다. Life’s Good. 삶이 좋아지는 화학.
그리고 2000년대, 운명적인 전환점이 찾아왔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시작합시다.”
임원회의실이 술렁였다.
“우리가 70년 동안 화학을 해왔는데, 갑자기 배터리요?”
“배터리도 화학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전부 화학이에요.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요!”
연구소 지하에서 시작된 배터리 실험은 점점 규모가 커졌다. GM, 현대차, 테슬라…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LG화학의 배터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9년 어느 날, 한 엔지니어가 외쳤다.
“팀장님! 현대차 블루온에 우리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정말? 크림에서 시작한 회사가 자동차 배터리까지?”
“맞습니다. 그것도 전기차요!”
연구소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1947년 크림 한 통에서 시작한 여정이 2009년 전기차 배터리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배터리 시장은 치열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의 경쟁은 가히 드라마틱했다.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을 둘러싼 특허 분쟁은 거의 산업 스릴러 수준.
“우리 기술 훔쳐갔다!”
“무슨 소리! 우리가 독자 개발했다!”
양사는 법정에서 격렬히 맞섰고, 결국 2021년 극적인 합의로 매듭지었다. 2조 원의 배상금.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지만, 그만큼 배터리 시장의 가치가 컸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2020년,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를 분사했다. LG에너지솔루션. 크림회사에서 시작해 배터리회사를 낳은 셈이다.
“생각해보면 참 먼 길을 왔네요.” 한 노 연구원이 회고했다.
“크림, 치약, 플라스틱, 그리고 배터리.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화학?”
“맞아요. 전부 화학이었죠.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학회사였던 겁니다. 다만 그 화학이 만드는 제품이 시대에 따라 바뀌었을 뿐이죠.”
2026년 오늘, LG화학 연구소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첨단 소재, 친환경 플라스틱, 차세대 배터리 소재…
창업자 구인회가 1947년 《럭키크림》을 만들며 꿈꿨던 것이 과연 이런 미래였을까? 아마 그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가 만든 작은 화학회사의 DNA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는 것. 호기심, 도전, 그리고 화학에 대한 집념.
어쩌면 정말로 럭키했는지도 모른다. 이름값을 톡톡히 한 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