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31일, 금요일 저녁.
뉴욕 맨해튼의 화이자 본사 42층. 캐슬린 얀센 박사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허드슨 강 너머로 석양이 지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손에 든 WHO 보고서만 보일 뿐이었다.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같은 시각, 독일 마인츠의 작은 바이오테크 기업 바이온테크. 우구르 샤힌 박사는 아내이자 동료인 외즐렘 튀레지와 함께 실험실에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터키 이민자 출신으로, 평생을 암 백신 연구에 바쳐온 과학자들이었다.
“우리 기술이 효과가 있을 거예요.” 외즐렘이 말했다.
“mRNA는 아직 한 번도 승인받은 적이 없어.” 우구르가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시도하겠어?”
그로부터 두 달 뒤, 화이자와 바이온테크는 손을 잡았다. 170년 역사의 거대 제약사와 12년 된 스타트업의 만남.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mRNA 백신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실제로 사람에게 쓰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실패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CFO가 경고했다.
화이자 CEO 앨버트 불라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죠?”
연구는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임상 1상, 2상을 거쳐 3상으로. 4만 4천 명의 자원자가 참여했다. 절반은 백신을, 절반은 위약을 받았다. 누구도 자신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
2020년 11월 8일 일요일 아침.
얀센 박사는 휴대폰이 울리자 벌떡 일어났다. 통계팀장이었다.
“박사님… 90%입니다.”
“뭐가 90%?”
“효능입니다. 백신 효능이 90%를 넘었습니다.”
전화기를 든 손이 떨렸다. 그녀는 30년간 백신을 연구해왔다. 독감 백신의 효능이 보통 40-60%라는 걸 알고 있었다. 90%는… 기적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잠깐이었다. 생산이 문제였다. 전 세계 80억 인구에게 백신을 공급하려면 수십억 회분이 필요했다. 화이자는 벨기에, 미국, 독일의 공장을 24시간 가동했다. 직원들은 교대 근무를 하며 쓰러져갔다.
“집에 가서 쉬세요.” 공장장이 말했다.
“내일이면 누군가의 부모님이 이 백신으로 살아날 수 있어요.” 작업자가 대답했다. “쉴 시간 없습니다.”
마이너스 70도. 화이자 백신은 초저온에서만 보관할 수 있었다. 물류팀은 전례 없는 콜드체인을 구축해야 했다. 특수 냉동고, 드라이아이스, GPS 추적 시스템. 하나라도 어긋나면 백신은 쓸모없는 액체가 되어버렸다.
2021년 여름, 델타 변이가 세계를 휩쓸었다.
“우리 백신이 소용없는 거 아닙니까?” 투자자들이 물었다.
불라 CEO는 데이터를 내밀었다. “여전히 중증과 사망을 90% 이상 막습니다. 계속 갑니다.”
621일.
첫 긴급사용승인부터 정식 승인까지 걸린 시간. 그 사이 화이자-바이온테크 백신은 30억 회분 이상 전 세계에 공급되었다.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2021년 8월 23일, FDA 정식 승인 소식을 들은 얀센 박사는 실험실 한구석에 앉아 울었다. 기쁨이 아니었다. 안도였다. 그리고 모든 과학자들이, 공장 직원들이, 물류 담당자들이, 임상시험 자원자들이 함께 만든 기적에 대한 감사였다.
우구르와 외즐렘은 여전히 마인츠의 작은 실험실에 있었다. 이제 그들은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하는 일은 같았다. 다음 백신을 연구하는 것. 다음 생명을 구하는 것.
“우리가 해냈어요.” 외즐렘이 말했다.
“아니.” 우구르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 모두가 해냈지.”
창밖으로 저녁 햇살이 비쳤다. 621일간의 긴 밤이 지나고, 세상에 다시 빛이 돌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