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8 · Vol. III · No. 28
Laboratory glassware and equipment sit on a counter.
Photo by Egor Myznik on Unsplash
유머
KR · 207940

삼성바이오로직스 스토리: 주방 대여 제국 (유머)

남의 약을 만들어주는 비즈니스로 세계 최고가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쾌한 성장기.

· 3분 읽기 · #스토리#유머#207940

태양전자 바이오 사업 설명회가 시작되자, 이재용 부회장은 다리를 꼬며 앉았다. 옆에는 노련한 제약 산업 전문가 김 전무가 자리했다.

“그래서 이 바이오 사업이라는 게 정확히 뭡니까?”

김 전무는 준비한 자료를 펼쳤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다른 제약회사들이 개발한 약을 우리가 대신 만들어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부회장은 잠시 생각했다. “우리는 약을 안 만들고?”

“만듭니다만, 우리 약은 아닙니다.”

“그럼 남의 약을 만든다?”

“그렇습니다.”

이 부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사업이 됩니까? 우리 반도체는 우리 제품이고, 스마트폰도 우리 제품인데.”

김 전무는 예상한 질문이었다. “부회장님, 요즘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1조원 넘게 듭니다. 그런데 공장 짓는 데만 또 5천억입니다. 제약회사들은 연구만 하고 싶어합니다. 공장은 우리한테 맡기고요.”

“아, 그러니까 우리가 주방을 빌려주는 건가?”

“정확합니다!” 김 전무가 손뼉을 쳤다. “거대한 주방을 빌려주는 겁니다. 인천에 말입니다.”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식 출범했다. 인천 송도에 땅을 잡았다. 문제는 규모였다.

“바이오리액터가 뭐가 그리 큽니까?” 건설 팀장이 설계도를 보며 물었다.

“이게 1만5천 리터인데요.” 엔지니어가 설명했다.

“그게 얼마나 큰데?”

“수영장 한두 개 정도요.”

팀장은 펜을 떨어뜨렸다. “수영장에서 약을 만든다고요?”

“정확히는 수영장 크기의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세포를 배양해서 항체를 생산합니다.”

“그걸 왜 그리 많이 만듭니까?”

“한 번에 대량 생산해야 원가가 내려갑니다. 전 세계 제약사들이 줄 서 있어요.”

첫 공장인 1공장이 완공되자, 삼성은 곧바로 2공장을 착공했다. 그리고 2공장이 완공되기도 전에 3공장을 시작했다.

2016년, 회사는 상장을 앞두고 있었다. 마케팅팀은 골머리를 앓았다.

“일반인들한테 뭐라고 설명합니까?” 막내 대리가 물었다.

“CMO라고 하면 되죠.”

“그게 뭔데요?”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생산기구.”

“그냥 약 공장 아닙니까?”

팀장이 책상을 탁 쳤다. “절대 그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첨단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입니다. 단순 제조가 아니라 정밀 배양 기술입니다.”

“그래도 결국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맞긴 한데, 그렇게 말하면 주가가 안 오릅니다.”

상장 당일, 공모가는 9만5천원. 장 시작과 동시에 주가는 치솟았다. 투자자들은 단순했다. ‘태양전자’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면 일단 좋은 거였다.

트레이딩룸에서 김 전무는 화면을 바라봤다. “저 사람들 우리가 뭐 하는 회사인지 알기는 할까?”

옆의 직원이 대답했다. “모르죠. 그냥 ‘바이오’만 들어도 미래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냥 남의 약 만들어주는 건데.”

“그래도 아주 잘 만들어줍니다!”

2018년, 3공장이 완공됐다. 생산능력이 36만 리터에 달했다. 이제 전 세계 어느 제약사가 와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미국 제약사 임원이 송도 공장을 방문했다. 안내를 받으며 시설을 둘러보던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다 우리를 위한 겁니까?”

“아니요, 고객사가 여러 곳입니다.”

“그럼 옆 탱크는 누구 겁니까?”

가이드는 미소를 지었다. “그건 비밀입니다. 저쪽 탱크가 누구 건지도 말씀드릴 수 없고요.”

“그렇게까지 보안이 철저합니까?”

“당연하죠. 여기선 각 제약사의 핵심 의약품이 만들어집니다. 레시피는 극비입니다.”

미국 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삼성은 요리는 못 하지만, 주방장은 최고라는 거군요.”

“정확한 비유십니다.”

그날 저녁, 서울 본사에서 팀 회식이 있었다. 막내가 물었다. “팀장님, 우리 회사 뭐 하는 데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돼요?”

팀장은 소주잔을 비우며 대답했다. “그냥 태양전자 다닌다고 해. 바이오 설명하다간 술 식어.”

“그래도 정확히 알려줘야 하지 않나요?”

“좋아.” 팀장은 잔을 다시 채웠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약 만들기 대행 업체야. 항체 배양 올림픽이 있다면 우리가 금메달이고. 매출 1조 넘는 대행사지. 이해했어?”

“그러니까 대기업 아르바이트?”

팀장은 소주병을 내려놓았다. ”…너 내일 인천 공장 견학 가.”

실제로 2025년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CMO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남의 약을 만들어주는 비즈니스로 세계 최고가 된 것이다.

어느 컨퍼런스에서 한 애널리스트가 물었다. “바이오 CMO 사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발표자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제약사들은 계속 신약을 개발할 겁니다. 하지만 공장 짓기는 싫어할 거고요. 우리는 그 틈새를 파고듭니다. 남들이 요리할 때 우리는 주방을 빌려줍니다. 그것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그가 무대에서 내려오자, 후배가 다가왔다. “멋진 설명이었습니다.”

“고맙네. 10년 걸렸어, 이 설명을 다듬는 데.”

“그래도 가족들한테는 뭐라고 하세요?”

발표자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냥 태양전자 다닌다고 해. 그게 제일 빠르더라.”

본 스토리는 가상의 인물과 기업을 배경으로 한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기업과는 관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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