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8 · Vol. III · No. 28
AMD processor chip with company l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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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4월,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작은 데니스 레스토랑. 세 명의 남자가 테이블에 둘러앉아 냅킨에 그림을 그렸다. 젠슨 황, 크리스 말라코프스키, 커티스 프림. 모두 30대 초반, LSI 로직과 선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었다.

“그래픽 칩이 미래다.” 젠슨이 냅킨 위에 사각형을 그리며 말했다.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그의 눈빛은 확신으로 가득했다.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컴퓨팅이 시각화될 거야.”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어. 투자자들이 믿어줄까?”

“우리가 만들면 된다.” 젠슨은 냅킨에 ‘엔비디아칩’라고 썼다. 라틴어 ‘부러움’을 뜻하는 invidia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다음 세대가 부러워할 회사를 만들자.”

그들은 각자 2만 달러씩 투자했다. 세퀘이아 캐피탈이 추가로 2천만 달러를 댔다. 시작은 희망찬 것처럼 보였다.


2년 후, 산타클라라의 사무실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NV1 칩 개발이 실패했다. 세가와의 파트너십으로 게임 콘솔 시장에 진입하려던 계획이었지만, 기술 선택이 잘못됐다. 시장은 삼각형 기반 렌더링으로 가고 있었는데, 엔비디아는 사각형 방식을 고집했다.

“우리가 틀렸다.” 회의실에서 크리스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돈이 6개월밖에 안 남았어.”

커티스는 창밖을 바라봤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믿지 않아. 세가도 떠났고.”

젠슨은 가죽 재킷을 벗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아내 로리와 어린 두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시작한 도박이었다. 그리고 지금,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었다.

“한 번만 더.” 젠슨이 입을 열었다. “RIVA 128. 마지막 기회다.”

“돈이 없어.” 크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있어야 해.” 젠슨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우리가 본 것은 환상이 아니야. GPU는 세상을 바꿀 거야. 지금 포기하면, 우리는 평생 후회할 거야.”

긴 침묵이 흘렀다. 커티스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마지막이야.”


1997년 8월, RIVA 128이 출시됐다. 삼각형 기반, DirectX 호환, 저렴한 가격.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4개월 만에 100만 개가 팔렸다. 엔비디아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다.

하지만 젠슨은 멈추지 않았다. 1999년 지포스칩 256을 발표하며 ‘GPU’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 “그래픽 처리만이 아니다. 병렬 연산의 혁명이다.”

동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게임 시장에서 성공했는데, 왜 더 복잡한 길로 가려 하는가. 하지만 젠슨은 밤낮없이 쿠다기술 아키텍처를 개발했다. GPU를 범용 연산에 쓸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젠슨, 아무도 원하지 않아.” 이사회에서 누군가 말했다. “게임 칩으로 충분해.”

“아직 모를 뿐이야.” 젠슨이 대답했다. “10년 후, 20년 후를 봐야 해.”


2012년, 토론토 대학교의 알렉스 크리제프스키가 ImageNet 대회에서 우승했다. 엔비디아칩 GPU를 사용한 딥러닝 모델이었다.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2023년, ChatGPT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뒤에는 수만 개의 엔비디아칩 에이치백칩 칩이 있었다. 회사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산타클라라 본사의 한 회의실. 젠슨 황은 여전히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다. 70세가 가까워진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늘었지만, 눈빛은 30년 전 데니스에서와 똑같았다.

“우리가 해냈어.” 크리스가 말했다. 그는 여전히 CTO였다.

“아직 멀었어.” 젠슨이 웃었다. “다음 10년이 진짜야.”

창밖으로 캘리포니아의 석양이 보였다. 세 명의 남자가 냅킨에 그렸던 꿈은 이제 세상 모든 AI의 심장이 되어 있었다. 실패의 순간, 포기하지 않았던 그 약속. 검은 가죽 재킷을 벗지 않았던 그 고집.

젠슨은 가죽 재킷의 지퍼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로리, 아이들, 그리고 팀. 모두에게 약속했던 거야. 세상을 바꾸겠다고.”

그는 일어나 다시 복도로 걸어갔다. 내일 아침, 새로운 칩 설계 회의가 있었다. 멈출 수 없었다.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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