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바리스타: 자동화의 종말
인간 바리스타가 자동화 시대의 끝을 마주하다
커피 향이 사라지는 날 — SBUX가 품은 마지막 바리스타의 이야기다.
새벽 다섯 시, 매장 조명이 켜지기 전부터 박민준은 이미 그라인더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이 일을 열두 해 동안 해왔다. 처음에는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였고, 어느 순간 그것이 직업이 되었으며, 또 어느 순간 그것이 삶이 되었다. 하루에도 수백 번 반복되는 동작들 — 포타필터를 잠그고, 우유를 스팀하고, 라테아트의 윤곽선을 잡는 그 순간들 — 은 이미 그의 근육 속에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카운터 옆에 놓인 기계가 어제보다 더 가까워 보였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기계는 어제도, 그저께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높이 150센티미터, 폭 80센티미터의 스테인리스 본체. 회사에서는 그것을 “베리스타 3.0”이라고 불렀다. 민준은 그냥 “그것”이라고 불렀다.
SBUX의 본사가 처음 자동화 기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뉴스는 이미 수년 전부터 나돌았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 된 것은 작년 3분기 실적 발표 이후였다. 당시 회사는 인건비 절감을 통한 영업이익률 회복을 공식 목표로 발표했고, 전체 매장의 40퍼센트에 반자동 시스템을 순차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가는 그날 하루에만 6퍼센트 올랐다.
주주들은 환호했다.
민준은 그날 저녁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그 숫자를 한참 바라봤다. 6퍼센트. 한 기업이 수천 명의 노동자를 덜어낼 것을 예고하자, 시장은 그 신호를 축하로 받아들였다. 그는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삶과 교차하는 지점에 대해서는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실감이 오는 데는 반년이 걸렸다.
매장 점장 이수연이 직원회의를 소집한 것은 그달 초였다. 긴 말은 없었다. 베리스타 3.0이 다음 달부터 모든 표준 음료 제조를 담당하게 된다. 바리스타들은 고객 응대와 매장 관리에 집중하면 된다. 고용은 유지된다. 단지 역할이 달라질 뿐이다.
“역할이 달라진다.”
회의가 끝난 뒤, 민준은 그 표현을 계속 머릿속에서 굴렸다. 달라진다는 것과 사라진다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가 지난 열두 해 동안 쌓아온 것들 — 에스프레소 추출 시간을 1초 단위로 조율하는 감각, 손님의 표정만 보고 오늘 기분이 어떤지 파악하는 능력, 라테아트로 하트 대신 작은 고양이를 그려주면 단골손님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아는 것 — 그것들은 “역할”이라는 단어로 수렴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담고 있었다.
그는 이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동료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이었지만, 역시 말하지 않았다. 불만을 표현하는 것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베리스타 3.0이 처음 가동된 날 아침, 민준은 평소보다 삼십 분 일찍 출근했다.
기계는 이미 워밍업 상태였다. 화면에는 오늘의 주문 예측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아메리카노 143잔, 라테 류 87잔, 기타 음료 56잔. 알고리즘이 지난 3년간의 주문 데이터를 분석해 산출한 숫자였다.
민준은 그라인더를 닦기 시작했다. 이제 그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 — 기계 청소와 보조.
첫 손님이 들어온 것은 오전 여섯 시 십 분이었다. 40대 후반의 남성, 매일 아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단골이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민준은 그를 “넥타이 없는 화요일”이라고 마음속으로 불렀다. 화요일마다 유일하게 캐주얼 차림으로 오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카운터에서 멈칫했다. 화면이 먼저 그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주문하시겠어요?”
합성 음성은 자연스러웠다. 남자는 잠시 화면과 민준을 번갈아 보다가, 결국 화면 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주문을 입력했다. 민준은 옆에서 컵을 꺼냈다. 그것이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완성되는 데 걸린 시간은 47초였다.
남자는 컵을 받아들고 아무 말 없이 나갔다. 매장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점심 무렵, 잠깐 손이 비었을 때 민준은 창밖을 바라봤다.
거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갔다. 직장인들이 지나갔고, 유모차를 밀며 걷는 사람이 있었고, 누군가는 이어폰을 낀 채 뭔가를 손짓으로 설명하며 걸어갔다.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달라진 것이 있었다.
매장 안에서 이루어지던 작은 대화들이 줄었다. “오늘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라고 말할 틈이 없었다. 손님이 주문하고, 화면이 접수하고, 기계가 만들고, 컵이 전달되는 흐름은 효율적이었다. 정확했다. 빠르고 일관적이었다.
그러나 그 흐름 어디에도 우연한 눈맞춤이 없었다. 오늘 날씨가 어떻다는 짧은 말이 없었다. 손님이 기억된다는 느낌이 없었다.
민준은 그것을 효율이 지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어쩌면 효율이 드러낸 것일지도 몰랐다 — 그 모든 대화가 사실은 커피를 마시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 불과했다는 것을.
어느 쪽이 맞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퇴근 무렵, 이수연 점장이 민준 옆에 와서 섰다.
“어땠어?”
“문제는 없었어요.”
“그게 전부야?”
민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저 손님이 오늘 넥타이를 매고 왔어요. 화요일인데.”
이수연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는지 모를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준은 앞치마를 벗으며 기계를 한번 바라봤다. 베리스타 3.0은 전원이 꺼진 상태로 화면이 어두웠다. 내일 아침 다섯 시에 다시 켜질 것이다. 그보다 삼십 분 먼저 민준도 출근할 것이다.
그는 그것이 앞으로 얼마나 더 계속될지 몰랐다.
열두 해 동안 매일 아침 반복했던 첫 번째 동작 — 그라인더에 원두를 채우는 일 — 을 내일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다만 오늘은, 아직, 그것을 했다.
그것으로 충분한지는 그도 몰랐다.
본 스토리는 가상의 인물과 기업을 배경으로 한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기업과는 관련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