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품은 배
국제 해운 회사의 리더가 저탄소 연료 전환과 바다 생태 복원에 도전하며 경제와 환경의 균형을 찾는 의인화 스토리
태평양의 절반을 등에 지고
M해운의 대형 컨테이너선 한 척이 태평양을 가른다. 선원들은 그 배를 ‘마레’라고 불렀다. 20년 동안 중유의 연기를 내며 아시아에서 북아메리카까지 물건만 실었던 배였다. 그 배에게 바다는 부두와 부두 사이의 검은 길일 뿐이었다.
올해 봄, M해운의 경영진은 선언했다. “2027년까지 선단의 30%를 저탄소 연료로 전환한다.” 규제당국의 압박보다 빨랐다. 암모니아 연료 시범 도입, 선체 마찰 저감 도료 교체, 항로 주변 해초 복원 사업 참여. 투자자들은 불안해했다. 단기 이익은 줄어들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마레는 엔진실 진동이 달라진 것만 느꼈다. 시범 연료가 섞이자 진동 패턴이 미묘하게 변했다. 낯설었지만, 무언가 반발하거나 거부하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더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어느 날 밤, 마레는 해초 복원 구역을 지나갔다. 수중 조명을 달은 연구선이 해초 묘목들을 모래 위에 심고 있었다. 캄캄한 바다 속에서 작은 녹색 덩어리들이 해류에 흔들렸다. 마레는 그 작은 식물들이 얼마나 약한지 알았다.
신호는 없었지만, 항해사가 스스로 속력을 3노트 낮췄다. 항적 파도가 약해지면 묘목이 쓸려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경제성 계산표에는 올라올 수 없는 3노트였다.
해초는 흔들렸고, 마레는 계속 나아갔다. 태평양은 여전히 넓었다. 하지만 이제 그 넓음 속에 누군가 심은 초록색 씨앗이 있다는 것을 마레는 알았다.
본 글은 허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