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타가 돌아온 건 아버지가 은퇴한 지 사 년째 되는 해의 겨울이었다. 공항에서 남쪽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나오는 이 작은 공업 도시는 한때 전 세계 복제약 수출량의 오분의 일을 여기서 만들었다고 교과서에 실릴 정도였다. 그 오분의 일 속에 아버지 라만의 삼십 년이 녹아 있었다. 지금은 불이 꺼진 공장들이 창문 너머로 이어졌고, 가비타는 그 실루엣을 보며 어릴 때 외운 숫자가 얼마나 낡은 것인지 생각했다.
저녁을 마치자마자 라만이 일어났다. 공장 가보자고 했을 때 가비타는 잠깐 망설였다. 다루사 제약의 3번 공장은 이 년 전에 문을 닫았다. 라만이 마지막 배치를 완성하고 나온 그날 이후로 반응기 라인은 멈췄고, 건물은 관할 기관에 반납 서류가 접수된 채 비어 있었다. 이 도시에서 같은 일이 서른 곳 넘게 일어났다. 자동화 설비를 들인 쪽은 살아남았고, 타이밍을 놓친 쪽은 조용히 사라졌다.
철조망에는 녹이 슬어 있었다. 라만은 낡은 자물쇠를 기억에서 꺼낸 듯 능숙하게 열었다. 경비는 없었다. 2공장 복도를 걷는데 그가 말했다. “이 라인은 내가 직접 짰어. 반응 온도를 0.3도 낮추면 수율이 2퍼센트 올랐지. 그 0.3도를 찾는 데 사 개월이 걸렸어.”
가비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일하는 곳에서는 분자 배열 추론 장치가 비슷한 탐색을 수 분 안에 끝낸다. 어떤 반응 조건이 최적인지, 불순물이 어느 경로에서 생기는지, 장치는 데이터를 입력받으면 답을 내놓는다. 라만에게 그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꺼낼 기회가 없었다기보다, 꺼내고 싶지 않았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반응기가 늘어선 홀에 들어서자 라만이 멈추었다. 손을 올려 스테인리스 탱크 옆면을 짚었다. 차가웠다. 수 년간 가동이 멈춘 기계의 냉기였다. “네 할아버지는 이런 거 없었어. 현장 감각으로 다 했지. 색이 바뀌는 걸 눈으로 읽고, 냄새로 반응 끝점을 알았어. 그 양반 노트엔 숫자가 별로 없어. 감각으로 쓴 말이 많아.”
가비타는 아버지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수십 년간 시약을 다뤄 군데군데 변색된 손이었다. 할아버지의 노트는 가비타가 어릴 때 펼쳐본 적이 있었다. 볼펜으로 꾹 눌러 쓴 반응 스케치, 화살표, 물음표, 그리고 “냄새 좋음”이라는 메모. 라만의 노트는 수치로 빼곡했다. 가비타의 화면에는 노트가 없다. 입력이 있고, 출력이 있을 뿐이다.
홀 끝의 창문 너머로 밖이 보였다. 폐쇄된 공장들 사이로 드문드문 불빛이 남아 있었다. 살아남은 몇 곳이었다. 라만이 낮게 말했다. “저기는 설비 전환했어. 살았지. 우리 쪽은 타이밍을 놓쳤어.” 그게 후회인지 설명인지 가비타는 알 수 없었다.
가비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타이밍을 놓친 것과 사라진 것이 같은 말인지도 몰랐다. 그녀가 지금 하는 일이, 그녀의 장치가 내뱉는 답들이, 이 냉기 속에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그것도 몰랐다.
라만은 창에서 등을 돌렸다. “가자. 추워.”
공장 문을 잠그고 나오는 동안 가비타는 아버지의 뒤통수를 보았다. 달빛이 회색으로 번지는 지붕 실루엣이 그 너머로 이어졌다. 할아버지의 감각, 아버지의 수치, 그리고 가비타의 장치. 세 사람은 한 번도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 앞에 선 적이 없었는데, 이 차가운 홀 안에서는 어쩌면 셋이 동시에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문을 닫고 나서도 한참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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