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8 · Vol. III · No. 28
a computer processor with the letter a on top of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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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그는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고 믿었다.

RBKM — Riverbend Community Bank, 티커 넉 자로 압축된 이 이름이 아직 주식 시장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작은 위안이었다. 창립 62년. 오하이오 남부 다섯 카운티에 걸쳐 스물두 개 지점. 농기계 대출, 주택 담보, 소기업 운전자금. 그는 그 지역의 기억이었다. 콩밭을 담보로 첫 트랙터를 산 아버지, 그 아들이 같은 창구에 앉아 식당을 열던 날의 서류. 그는 그 모든 것을 기억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서류가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작은 신호였다. 2021년 봄, 지역 소기업 대출 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18퍼센트 줄었다. 담당 이사 Carolyn은 “팬데믹 여파”라고 했다. 그 다음 해에는 11퍼센트 더 줄었다. 이번에는 변명이 달랐다. “금리 환경.” 2023년에는 또 9퍼센트. 그때 비로소 그는 숫자 너머의 무언가를 감지했다.

사라진 것은 팬데믹이 아니었다. 사라진 것은 자신을 거쳐야 할 이유였다.

Bluestone Lending이라는 이름의 플랫폼이 그 지역에 들어온 것은 2022년 중반이었다. 앱 하나. 열두 개 질문. 72시간 안에 승인 또는 거절. 그것이 전부였다. FICO 점수, 현금 흐름 알고리즘, 소셜 데이터 레이어, 오픈뱅킹 API를 통해 실시간으로 들여다본 계좌 내역. 그들은 RBKM이 6주 걸려 검토하던 것을 사흘 만에 끝냈다. 금리는 0.5퍼센트포인트 낮았다. 창구를 찾아올 필요도, 넥타이를 맨 담당자를 마주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처음에는 분개했다. 관계를 모른다고. 사람을 모른다고. 숫자 뒤에 있는 맥락, 가령 지난 홍수 때 반년을 버틴 농부의 신용이 일시적으로 무너진 사정 같은 것을 알고리즘이 어떻게 알겠느냐고.

그러나 분개는 오래가지 않았다.

Carolyn이 어느 오후 조용히 찾아와 보고서 한 장을 내밀었다. 순이자마진(NIM) 추이. 2019년 3.41퍼센트에서 2024년 2.67퍼센트로 내려앉은 그 숫자는 그에게 혈압 수치처럼 느껴졌다. 대출 수익은 줄고, 예금 금리 경쟁은 치열해지고, 중간에서 먹던 마진이 조금씩, 조금씩 깎여나갔다. 그는 예금자와 차입자 사이에 서서 두 쪽에서 수수료를 받아왔다. 그게 그의 존재 이유였다. 리스크를 평가하고, 유동성을 변환하고, 불확실성을 가격으로 매기는 것.

그런데 이제 그 역할을 직접 만남이 대신하고 있었다. 플랫폼 위에서 저축자와 차입자가 서로를 찾았다. 중간자가 사라지는 자리에 그는 여전히 서 있었다.

어느 화요일, 마이크 달링턴이 지점을 찾아왔다. RBKM과 22년 거래한 고객. 가구 공장을 운영하는 그는 운전자금 20만 달러를 원했다. 담당자 폴이 서류를 준비하며 2주 일정을 이야기하자, 달링턴은 잠시 침묵했다.

“사실은요,” 그가 말했다. “이미 다른 데서 받았어요. 사흘 전에.”

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미소가 무엇을 숨기는지 RBKM은 알았다. 달링턴은 사과하러 온 것이었다. 22년 관계에 대한 예의였다. 하지만 그 예의 자체가 이미 작별 인사였다.

그날 오후 이사회는 조용히 한 가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세 개 지점 통폐합. 직원 열두 명 조기 퇴직 권고. RBKM은 그 서류를 읽으며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슬픔이 아니었다. 슬픔은 뭔가 억울할 때 오는 것이다. 이것은 더 조용하고 더 넓은 감각이었다. 마치 강이 새 물길을 트는 것을 보는 느낌. 물은 여전히 흐르는데, 자신을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따지기 시작했다. 디지털화가 늦었다. 맞다. 데이터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았다. 맞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면, 그것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었다. 그의 존재 방식 자체가 특정한 마찰 비용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었다. 차입자가 정보를 갖지 못하고, 저축자가 적당한 차입자를 찾지 못하고, 그 사이 어딘가에 있어야 할 신뢰 기관이 필요했을 때. 그는 그 마찰 속에서 가치를 만들었다. 그런데 마찰이 사라졌다.

알고리즘은 신용을 평가하는 방식에서 그를 이겼다. 그가 자랑하던 관계 금융, 담당자와의 면담, 지역 사정에 대한 감수성은 여전히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의미 있는 차입자의 수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었다. 알고리즘이 처리할 수 없는 복잡한 케이스. 신용 기록이 없는 이민자. 한 번의 위기로 점수가 왜곡된 소농. 그들에게 RBKM은 여전히 필요했다.

나머지 80퍼센트에게는 아니었다.

Carolyn이 다시 찾아온 것은 가을이었다. 이번에는 보고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오래된 파일 하나를 들고 왔다. 1984년 가뭄 때 대출을 연장해준 기록들이었다. 당시 은행장이 직접 서명한 메모가 붙어 있었다. “이 지역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 그 문장을 읽으며 RBKM은 무언가가 가슴에 걸렸다.

그것은 수익 공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유였다.

지금도 그 이유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을 지탱하는 경제학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그 이유 자체가 수익이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지키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어야 했다.

그는 지점 재배치 계획을 다시 꺼냈다. 통폐합되는 세 지점 중 하나를 소기업 금융 전문 센터로 전환하는 안. 알고리즘이 처리하지 못하는 복잡한 케이스에 집중하는 것. 마진이 낮은 표준 대출은 경쟁하지 않는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새로운 모양이 시작될 수 있었다.

인정.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RBKM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주 도로 건너편에 있던 철물점이 사라지고 들어선 물류 창고. 그 옆에 생긴 전기차 충전소. 세상은 항상 이런 방식으로 바뀌었다.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낡아가다가 어느 날 아침 자신이 이미 바뀐 풍경의 일부가 되어 있는 방식으로.

그는 여전히 그 풍경 안에 있었다. 다만 예전과 다른 자리에 서 있었다.

어떤 강은 굽이를 바꿔도 바다에 닿는다. 어떤 강은 땅속으로 스며든다. 어느 쪽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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