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 아래의 거짓말
광고 감독과 배우가 화면 위의 사랑과 현실의 삶 사이에서 갈등한다
준혁은 모니터 앞에서 열두 번째 색보정을 마쳤다.
화면 속 아라는 완벽했다. 황금빛 조명이 그녀의 뺨을 감쌌고, 슬로모션으로 떨어지는 꽃잎이 그 순간을 영원처럼 늘렸다. 삼십 초짜리 향수 광고였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온빛의 올해 최대 프로젝트. 콘티 단계부터 준혁이 직접 썼고, 촬영은 사흘 내내 계속됐다.
처음 만난 건 캐스팅 당일이었다. 아라는 카메라 앞에서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촬영이 끝난 뒤, 탈의실 복도에서 스튜디오 조명을 받지 않은 그녀의 얼굴을 봤을 때, 준혁은 뭔가 다른 것을 느꼈다. 불완전한 것들이 오히려 선명하게 보이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들은 편집 기간 내내 밤을 같이 보냈다. 처음에는 일 때문이었다. 나중에는 일이 핑계가 됐다.
“이 장면, 너무 가짜 같지 않아요?”
아라가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준혁은 잠시 손을 멈췄다.
“그게 우리 일이잖아.”
“가짜를 진짜처럼 만드는 게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재생 버튼을 눌렀다. 화면 속 아라가 웃었다. 실제 그녀의 웃음과 닮았지만, 완전히 닮지 않은 웃음이었다.
광고가 공개된 날 밤, 아라의 메시지가 왔다.
“저 원래 이렇게 예쁘지 않아요. 알죠?”
준혁은 답장을 쓰다 지웠다. 다시 썼다. 또 지웠다. 결국 편집 소프트웨어를 열었다. 색보정 없이, 필터 없이, 아라의 얼굴을 처음부터 다시 봤다.
그것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화면 밖의 언어는 그에게 항상 낯설었다. 준혁은 빈 답장 창을 오래 바라봤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