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끓이는 할머니의 유튜브
인기 없던 라면 레시피 채널이 한 댓글로 인해 팬덤을 얻고 돈벌이 전쟁에 휘말린다
김순자 할머니가 “따순방” 채널을 연 건 작년 겨울이었다. 라면 끓이는 법을 아무도 모른다는 손자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냄비 위에 세우고, 물 붓고, 라면 넣고, 달걀 풀고, 뚜껑 덮었다. 편집은 없었다. 자막도 없었다. 배경음악은 창밖 빗소리뿐이었다.
구독자 열두 명. 조회수 최대 43회. 댓글은 “안녕하세요.”가 전부였다. 세 번째 영상쯤에서 할머니는 “아무도 안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그래도 계속 찍었다. 라면이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댓글 하나가 달렸다. “할머니, 저 오늘 이 영상 보면서 라면 끓였어요. 10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 밥 먹고 울었어요.”
그 댓글이 따순방 인기 급상승 탭에 올랐다. 공유가 공유를 낳았다. 하루 만에 구독자 8만 명. 사흘 뒤 23만.
할머니는 몰랐다. MCN 업체 다섯 군데가 동시에 계약서를 들고 나타났고, 라면 브랜드 광고팀이 협찬 제안서를 보내고, 누군가는 팬카페를 만들어 “할머니 굿즈 제작” 투표를 시작했다. 손자는 밤새 전화를 받으며 “대표님, 지금 할머니 편하게 계세요”를 반복했다. 세 번째 업체에서는 “틱톡도 하셔야 합니다”까지 나왔다.
순자 할머니는 그날도 냄비 앞에 섰다. 달걀은 물이 끓은 다음에 넣어야 부서지지 않는다. 다들 그 순서를 넘긴다는 게 여전히 안타까울 뿐이었다.
알림은 쌓였다. 할머니는 못 본 척했다. 라면이 익는 데는 딱 4분이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