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7 · Vol. III · No. 37
Investment finance
Moo Corp Library

엄마의 계산법

오은희는 약국 카운터에서 처방전을 내밀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인슐린 한 달 치에 42만 원. 아이의 생일 선물 대신, 아이의 식비 대신, 아이의 학용품 대신 약국 카운터에 사라지는 돈이었다.

아이는 여덟 살 때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자가면역 질환. 아이의 잘못도 아니고, 엄마인 은희의 잘못도 아니었다. 하지만 책임은 은희의 몫이었다. 매달 처방전을 받을 때마다.

처음엔 보험 혜택이 70%를 커버했다. 남은 30%도 버거웠지만,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게 현실이고, 엄마들은 이런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보험 정책이 바뀌었다. 비용 부담이 50%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이를 “의약품 비용 효율화”라고 불렀다. 엄마 입장에서는 그냥 절반 더 빠져나간 돈이었다.

은희는 간호사로 일했다. 월급은 350만 원. 전월세 70만 원, 관리비 15만 원, 휴대폰과 전기와 물 요금 15만 원. 아이의 학용품과 옷과 간식과 학원비. 인슐린을 담을 펜. 혈당계 시약. 인슐린펌프 배터리. 숨 쉬는 것도 돈이었고, 살아가는 것도 돈이었고, 아이를 사랑하는 것도 돈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계산을 시작했다.

한 달에 필요한 인슐린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두 달이 걸렸다. 아이의 신장, 체중, 활동량에 따라 필요한 용량이 달랐다. 의사는 여유분을 두라고 했다.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은희는 다르게 생각했다. 여유분은 다음 달의 절약이었다.

은희는 한 달을 3일씩 열 묶음으로 나누었다. 인슐린을 10등분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그 주에 필요한 인슐린만 작은 냉동고에 담았다. 나머지는 약국 냉장고처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작은 상자 안에서 기다렸다. 아이가 사용할 때는 정해진 용량만 사용하도록 엄격했다. 아이는 엄마가 말하는 대로 했다. 아이는 엄마의 계산에 몸을 맞추는 법을 배웠다.

의사 방문도 계획됐다. 3개월마다 한 번씩, 공식적으로 HbA1c 수치를 체크받았다. 은희는 그 방문 2주 전부터 인슐린을 더 철저하게 투여했다. 혈당 수치가 좋아 보이도록. 의사는 은희에게 미소 지었다. “관리를 정말 잘하시네요.” 은희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거짓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을 느꼈지만, 아이를 봤다. 아이는 살아 있었고, 학교에 가고 있었고, 밤에 잘 자고 있었다.

의료기록에 위조된 혈당 수치를 기록한 건 아니었다. 기록이란 기록 자체가 아니라, 선택이었다. 어떤 시간의 혈당을 기록할 것인가, 어떤 식단으로 준비할 것인가. 의사는 그걸 알지 못했고, 알 수도 없었다. 엄마의 세계는 진료실 밖에 있었다.

하지만 진료실 밖의 세계는 서서히 금이 가고 있었다.

아이는 13살이 되면서 인슐린 필요량이 증가했다. 성장기였다. 아이의 몸이 더 많은 인슐린을 요구했다. 은희의 계산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3일분씩 나누는 게 불가능해졌다. 3일도 견딜 수 없는 날들이 생겼다.

그 해 겨울, 아이는 처음으로 저혈당 쇼크를 경험했다. 새벽 2시, 아이의 울음소리로 은희는 깼다. 손가락이 저렸고, 입가에 침이 흘렀다. 혈당계를 재보니 47. 정상의 3분의 1 이하. 은희는 아이에게 포도당을 급하게 먹였고, 응급실로 달렸다. 아이는 울었다. “엄마, 무서워.”

의사는 용량을 늘리라고 했다. 인슐린 계획을 조정하라고 했다. 은희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계산을 시작했다.

이번엔 더 단단했다. 더 차갑게. 10등분이 아니라 15등분. 일주일 반치씩 나누되, 아이가 학교에 가는 날과 집에 있는 날을 나눴다. 식사량도 규칙적으로 맞췄다. 엄마가 준비한 밥과 국만 먹었다. 친구 생일 파티의 케이크는 ‘혈당 관리를 위해’ 거절했다. 학교 소풍에서 파는 간식도. 외할머니가 사주시는 아이스크림도.

아이는 15살이 될 때쯤 엄마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약국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아이는 눈을 돌렸다. 엄마가 인슐린 펜을 꺼낼 때마다 “또 맞아야 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식단을 체크할 때마다 “정말 이거밖에 없어?”라고 물었다. 엄마의 사랑은 인슐린 바늘 같았다. 필요하지만, 아프고, 피가 나고, 매일 다시 꽂혀야 했다.

은희는 어느 날 밤, 아이가 자는 모습을 봤다. 마른 팔, 검게 물든 주사 자국, 가끔씩 경련하는 다리. 이게 아이의 삶이었다. 엄마의 계산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은희는 울었다. 하지만 아침이 오면 또 약국에 갔다. 또 계산을 시작했다. 이번 달도 42만 원. 내달은 45만 원. 내내달은 48만 원. 인슐린 가격은 계속 올랐다. 국가는 가격을 통제하지 않았다. 제약사는 계속 올렸다. 엄마의 월급은 올해도 정해져 있었다.

은희는 깨달았다. 이건 더 이상 계산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가 살아남는 것이 비용-이득 분석의 대상이 되는 세상의 문제였다. 인슐린이 없으면 아이는 죽는다. 인슐린이 너무 비싸면 엄마는 빚진다. 엄마와 아이는 제약사의 게임판 위의 말이었다.

은희는 정책 변경 청원에 서명했다. 의회 의원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다. 의료 포럼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렸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세상은 계속 돌아갔다.

그래서 은희는 다시 계산했다. 아이는 살아야 했고, 엄마는 버텨야 했고, 인슐린은 계속 비싸질 것이었다. 이게 현실이었다. 아이가 원망하든 말든, 은희가 울든 말든.

엄마의 계산은 계속된다. 아이가 살아가는 동안,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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