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배송의 비밀
새벽 배송 드라이버가 목격한 정체 불명의 상자가 그의 인생을 바꾼다
새벽 두 시, 민재는 냉동 탑차의 시동을 걸었다.
계기판에 뿌옇게 맺힌 서리를 손으로 닦으며 오늘 배달 목록을 훑었다. 화성에서 인천, 수원, 가평까지. 여든세 개 박스. 새벽 배송 시장 규모가 수년 사이 십 배 넘게 커졌다는 보도를 들은 게 작년이었다. 그 무게는 고스란히 계약직 드라이버들의 수면 위에 실렸다. 녹야특송 화성 센터 소속 민재는 그 사실을 몸으로 알고 있었다. 경력 삼 년, 하루 평균 다섯 시간 수면.
완전히 싫지는 않았다. 텅 빈 고속도로, 아무것도 묻지 않는 어둠. 사람들이 잠든 세계에서 혼자 움직이는 그 감각이 민재에게는 일종의 자유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출발 직전에 생겼다.
팔레트를 정리하다 목록에 없는 상자가 하나 올라와 있었다. 가로 삼십, 세로 삼십 센티미터. 갈색 테이프로 빈틈없이 봉인된 흰 박스였다. 수하인 칸도 발신인 칸도 비어 있었다. 주소지 스티커만 달랑 하나. 경기도 가평군, 번지수만 적힌 주소였다.
“실수로 올라왔겠지.”
민재는 혼잣말을 하며 탑차 구석에 실었다. 당직 관리자는 이미 퇴근했고, 전화를 걸기엔 새벽 두 시였다.
영동고속도로 진입 후 이십 분이 지났을 때, 뭔가 진동했다. 박스 안에서였다. 날카롭고 짧은 떨림. 처음엔 도로 요철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울렸다. 이번엔 더 길게.
그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
손전등을 들고 뒤 칸에 들어갔다. 냉기가 목에 찼다. 상자 앞에 무릎을 꿇고 테이프 끄트머리를 손톱으로 잡았다. 뜯으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그거 건드리지 마세요.”
남자 목소리였다. 낮고 평탄했다. 흥분도 위협도 없었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그 차분함이 오히려 공포였다.
“누구세요?”
“가평IC 일 킬로 전입니다. 갓길 오른쪽에 드럼통 두 개 있어요. 상자 그 옆에 내려두고 그냥 가세요.”
전화가 끊어졌다.
민재는 오 분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차 안은 영하 이도였다. 박스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손전등을 껐다. 다시 켰다.
상자를 봤다. 봉인은 멀쩡했다. 스티커의 주소가 눈에 들어왔다. 가평군 북면이라는 지명. 산속이었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차를 몰았다.
드럼통은 진짜로 거기에 있었다. 도로 표지판도 없는 갓길 끝, 녹슨 드럼통 두 개. 민재는 박스를 내려놓았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밤이 너무 조용해서 고속도로 소음이 오히려 멀게 느껴졌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머지 여든두 개 박스를 모두 배달했다. 새벽 다섯 시 이십삼 분에 집에 돌아와 침대에 쓰러졌다.
사흘 후, 녹야특송 화성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났다. 원인 미상. 인명 피해는 없었다. 뉴스 기사가 올라왔다가 다음 날 오전에 사라졌다.
민재는 그 기사를 스크린샷으로 찍어뒀다.
그는 지금도 밤마다 같은 도로를 달린다. 여전히 새벽 두 시에 출발하고, 여전히 녹야특송 계약직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목록에 없는 상자가 팔레트 위에 올라와 있으면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싣지도 않는다. 경고하지도 않는다. 그냥 모른 척 주차장을 나간다.
그 박스 안에 뭐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알고 싶지 않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