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로봇이 불량을 잘못 본 날
반도체 장비 부품을 검사하는 로봇이 정상품마다 불량 판정을 내리기 시작한다. 현장 작업자들은 로봇의 고집을 꺾으려 온갖 방법을 시도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엉뚱하다.
오전 여섯 시, 클린룸 조명이 켜지기 전부터 검사 로봇 마루는 이미 컨베이어 위를 주시하고 있었다.
마루는 반도체 장비용 세라믹 부품을 검사하는 머신비전 시스템이었다. 오차 0.1마이크론을 잡아내는 카메라 세 대, 광원 여섯 개, 그리고 지난 삼 년치 불량 데이터로 단련된 모델 하나. 준기 팀장은 마루 덕에 수율이 열두 퍼센트 올랐다고 자랑하곤 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오전 일곱 시, 첫 번째 판정: 불량. 두 번째: 불량. 열여섯 번째: 불량.
준기가 부품을 집어 직접 현미경에 올렸다. 흠집 없음, 치수 정상, 표면 상태 양호. 그는 마루를 다시 돌렸다. 불량.
“재보정 해봐.”
동료 선영이 노트북을 꺼내 캘리브레이션 루틴을 실행했다. 마루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시작했다. 불량, 불량, 불량.
준기가 조명 각도를 바꿔봤다. 불량. 광원 하나를 껐다. 불량. 둘 다 껐다. 불량.
“이거 혹시 카메라에 먼지 묻은 거 아냐?”
선영이 렌즈를 닦았다. 마루는 잠깐 정상 판정을 냈다가 다음 부품에서 다시 불량을 찍었다.
오전 열 시, 품질팀장 도현이 올라왔다. 그는 사흘 전에 마루의 학습 데이터를 업데이트했다고 했다. 새 불량 패턴을 넣었고, 미세 크랙 감도를 높였다고.
준기가 물었다. “얼마나요?”
“감도 임계값을 0.3에서 0.07로 낮췄는데.”
침묵이 클린룸을 채웠다.
마루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컨베이어 위의 멀쩡한 부품들을 하나씩, 성실하게, 불량으로 처리하면서. 더 예민해진 눈이 더 많은 것을 보게 된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것을 의심하게 된 것인지, 마루 자신은 구분하지 못했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