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8 · Vol. III · No.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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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KR

검색창의 커서: 후배 창업가의 첫 재인

초대형 검색서비스 개발팀장이었던 40대 중년이 스타트업 멘토로서 MZ 창업자들을 만나며 자신이 놓쳤던 것들을 발견하는 로맨스 스토리

· 4분 읽기 · #스토리#로맨스

검색창에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박준혁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다가 잠시 멈췄다. 커서 하나가 흰 바탕 위에서 1초에 한 번씩 사라졌다 나타났다 했다. 빈 검색창이었다. 검색어가 없어도 그 사각형 박스는 늘 사람을 기다리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2003년에 그가 처음 그걸 설계했을 때도 그랬다. 커서는 그냥 기다리는 거야, 그때 팀원 중 누군가가 말했다.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우리가 미리 알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깜빡이면서 기다리는 거예요.

준혁은 그 말을 이십 년째 기억하고 있었다.


판교 어딘가의 공유 오피스 3층이었다. 투명 유리벽 너머로 스물다섯 살짜리들이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격렬하게 써댔다. 오늘은 멘토링 세션 첫날. 그는 초대형 검색서비스 개발팀에서 수석으로 일했다는 이유 하나로 이 자리에 초청됐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프로그램 매니저가 소개 문자를 보냈을 때, 준혁은 한참 동안 답장을 못 썼다.

전직 검색서비스 개발팀 리드가 MZ 창업자들에게 통찰을 나눠줄 수 있지 않을까요?

통찰. 그는 그 단어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자기가 가진 게 통찰인지, 아니면 그냥 나이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처음 들어온 팀은 세 명이었다. 이은채, 스물여섯. 목소리가 낮고 눈이 빨랐다. 창업 18개월 차, AI 기반 개인화 식단 추천 서비스를 운영 중이었다. 두 번째 팀은 조민준과 그의 친구 둘, 피벗을 세 번 했다는 커머스 팀이었다.

“저희 리텐션이 떨어지고 있어요.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 뭔지 모르겠어요.”

이은채가 말했다. 억양이 진술이 아니라 질문에 가까웠다. 준혁은 노트북을 덮었다.

“사용자가 두 번째에 뭘 검색하는지 알아요?”

“네?”

“첫 번째 검색이 아니라, 두 번째요. 결과를 보고 나서 사람들이 뭘 더 찾는지. 그게 실제로 원했던 게 뭔지를 말해줘요.”

이은채는 입술을 움직였다가 멈췄다. 준혁은 계속했다.

“우리가 검색 초기에 했던 실수가 그거였어요. 첫 쿼리에 집착했어요. 근데 사람들은 원하는 걸 처음부터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요. 두 번째, 세 번째에 진짜 의도가 나와요.”

이은채가 뭔가를 빠르게 받아 적었다. 그 모습이 오래된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준혁은 그 감각을 빠르게 지나쳤다.


점심시간이 됐다. 공유 오피스 아래층에 샌드위치 가게가 있었다. 이은채가 혼자 줄을 서 있었다.

“혼자 오셨어요?”

준혁이 물었다. 그녀는 돌아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팀원들은 미팅 있어서요. 저도 사실 밥 먹으면서 데이터 좀 보려고요.”

“아까 제가 한 말, 실제로 해본 적 있어요?”

“두 번째 쿼리 분석이요? 아직은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들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게 됐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줄이 하나였고, 빈 자리가 그것뿐이었다.

이은채가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에 숫자들이 가득했다. 코호트 차트, 드롭오프 퍼널, 세션별 이탈률. 준혁은 그 화면을 보다가 잠시 말을 잃었다.

2007년에 그가 보던 화면과 구조가 똑같았다. 숫자의 색이 다르고 인터페이스가 달라졌을 뿐, 결국 사람이 무언가를 원하다가 떠나는 지점을 추적하는 차트였다.

“여기요,” 그가 화면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지점. 세 번째 세션 이후에 이탈이 급격히 늘잖아요.”

이은채가 화면을 기울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같은 점에 닿았다. 거리가 가까웠다. 준혁은 그걸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정확히 그래서 의식했다.

“왜 세 번째일까요?”

그녀가 물었다. 질문이 순수했다. 어떤 답을 기대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냥 정말로 모르는 사람의 눈이었다.

“기대를 한 번 업데이트하고 나서요,” 준혁이 말했다. “처음엔 신기해서 써요. 두 번째엔 진짜로 써봐요. 세 번째에 ‘이게 나한테 맞나?’ 판단해요. 그때 서비스가 그 판단에 답을 못 주면, 떠나요.”

이은채가 볼펜을 멈추고 그를 봤다.

“경험에서 나온 말이에요?”

“실패에서요.”

그녀가 웃었다. 준혁도 웃었다. 이상하게 자연스러운 침묵이 뒤를 채웠다.


오후 세션에서 조민준 팀이 발표를 했다. 세 번 피벗한 이야기를 당당하게 꺼냈다. 그는 실패를 설명하면서 얼굴이 밝았다. 준혁은 그게 낯설었다. 자기 세대에서 실패는 숨기는 것이었다. 혹은 최소한, 그것에 대해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세 번 피벗하면서 뭘 배웠어요?” 준혁이 물었다.

“뭘 원하는지가 아니라, 왜 원하는지를 더 먼저 물어봤어야 한다는 거요.”

준혁은 잠시 멈췄다. 그 문장이 어딘가에 박혔다.

뭘 원하는지가 아니라, 왜 원하는지를.

그는 검색창을 십 년 넘게 설계했다. 사람들이 무엇을 검색하는지는 수십억 건을 분석했다. 그런데 왜 그걸 검색하는지는 한 번도 제대로 물어본 적이 없었다. 쿼리는 있었지만, 그 뒤의 사람은 없었다.

세션이 끝나고 참가자들이 하나씩 나갔다. 이은채는 마지막까지 노트에 무언가를 쓰다가 일어섰다.

“오늘 많이 배웠어요. 감사해요.”

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그녀가 멈칫했다. 그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던 것처럼.

“멘토도 배워요?”

“더 많이.”

이은채가 다시 웃었다. 이번엔 조금 더 오래. 나가려다 한 번 더 돌아봤다.

“다음 주에 또 오세요. 그때까지 두 번째 쿼리 분석해볼게요.”

문이 닫혔다. 준혁은 빈 강의실에 혼자 남았다. 화이트보드에는 누군가 지우다 만 숫자들이 남아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그는 오랫동안 창밖을 봤다. 터널이 이어지고, 간간이 역의 불빛이 스쳐 지나갔다.

2003년, 그가 처음 검색 인프라를 설계할 때 함께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도 이은채처럼 질문이 빠른 편이었다. 뭘 원하는지가 아니라 왜 원하는지를 묻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준혁이 결과에만 집착하는 사이, 어느 날 조용히 팀을 떠났다. 그 이후 한동안 그는 자기가 무엇을 놓쳤는지 몰랐다. 한참 뒤에야,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었던 무언가라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됐다.

지하철이 한강 다리를 건넜다. 밤 강물이 길게 펼쳐졌다가 다시 터널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핸드폰을 꺼냈다. 아무 이름도 검색하지 않았다. 그냥 검색창 안에 커서가 깜빡이는 걸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커서는 기다리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뭘 원하는지, 아직 알 수 없으니까.


본 글은 허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픽션 고지 · 본 스토리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AI 시스템이 자동 생성한 창작 서사(픽션)입니다. 등장 인물의 발언, 내심, 행위는 실제 사실과 다른 가공된 묘사이며, 실존 인물과 기업에 대한 평가, 비방, 사실 단정이 아닙니다. 투자 권유나 기업 평가가 아닙니다. 정정·삭제 요청은 nicepark0606@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자세한 내용은 면책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