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7 · Vol. III · No.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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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2시. 모니터의 푸른 빛이 방을 잠식한다.

그의 지갑에는 0.54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이 묵혀있다. 2020년부터 모아온 거대한 위치(position). 비트코인이 1만 달러에서 6만 달러로 뛸 때, 그는 묵묵히 쌓았다. 주변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을 때도 쌓았다. 친구들이 빚을 내서라도 사라고 권할 때도 쌓았다. 남들보다 먼저 본 것이다. 미래를. 기술을. 돈의 본질을.

그가 본 미래는 선명했다. 각국 정부의 무제한 통화 팽창. 인플레이션의 악순환. 전통 금융의 붕괴. 그리고 비트코인. 디지털 금. 희소성의 완벽한 구현체.

2021년 11월, 비트코인은 6만 9000 달러에 닿았다. 그의 포지션 가치는 0.37억 달러였다.

그는 팔지 않았다.

“너무 빨리 왔어. 진짜 사이클은 아직 멀었어.”

그의 논리는 견고했다. 역사가 지지했다. 2017년 사이클. 2013년 사이클. 매번 주기는 4년. 이번 호황기도 3~4년 더 갈 것이라 예상했다. 다른 고래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어느 누구도 팔지 않았다. 팔 이유가 없었다.

2022년. 세계는 변했다.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급작스러운 긴축. 거대한 암호화폐 펀드들의 연쇄 파산. 테라의 붕괴가 도미노판처럼 온 산업을 쓸어내렸다. 비트코인은 1만 8000 달러로 곤두박질쳤다.

그의 포지션 가치는 0.097억 달러였다.

“이건 일시적이야. 언제나 그랬어. 약 3년 있으면 다시 오를 거야.”

논리는 여전히 견고했다. 패턴은 반복된다. 모든 약세장은 강세장 앞의 서곡일 뿐이다.

하지만 2023년. 2024년. 2025년. 비트코인은 움직였다. 다시 올랐다. 2.1만, 4.3만, 5.5만 달러로.

그의 포지션 가치는 0.297억 달러가 되었다.

“드디어야. 이제 팔아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손에 이득이 닿았을 때였다. 초기 매입가 대비 5배. 아니, 10배 이상의 수익률. 이만큼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팔 수가 없었다.

이유는 세금이었다.

그가 산 비트코인은 대부분 2020년2021년에 매입되었다. 평균 매입가는 2만 달러. 현재 가격 5.5만 달러와의 차이는 거대한 캐피탈게인이었다. 그것에 붙는 세금은 3040%였다. 0.15억 달러 정도.

팔면 손에 남는 건 0.15억 달러. 남은 포지션으로는 5년을 버티지 못했다. 그냥 평범한 개미처럼 월급쟁이가 되어야 했다.

그래서 안 팔았다. 팔 이유가 없었다.

“세금 없이 버티고만 있으면, 그냥 자산이 자라겠지.”

그렇게 믿었다. 이것이 ‘탐욕의 복리’다.

2025년 중반. 비트코인은 또 하락하기 시작했다. 5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글로벌 리세션 우려. 각국의 통화 긴축 정책. 비트코인이 두 번째 강한 약세장을 맞이했다.

“다시 오를 거야. 패턴이야.”

이번엔 그 목소리가 떨렸다.

0.16억 달러. 반토막 난 자산. 그는 밤샘을 거듭했다. 모니터 앞에서 가격을 지켜봤다. 손가락은 마우스 위에서 떨렸다. 클릭하면 된다. 0.16억 달러를 현금화하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그는 클릭하지 않았다.

지금 팔면 손실이 확정된다. 2020년 초반의 신념은 어디 갔는가. 기술의 미래는? 인플레이션의 위험은? 디지털 금의 필연성은?

그것들은 사실이어야 했다.

아니면, 지난 5년간 자신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밤 2시. 모니터의 푸른 빛.

그는 여전히 포지션을 들고 있다. 0.16억 달러. 반토막 난 자산. 세금을 고려하면 절대로 회복할 수 없는 금액.

다음 주기가 온다고 믿으면서.

패턴이 반복된다고 믿으면서.

자신이 남들보다 먼저 봤던 미래가, 아직도 그의 포지션을 정당화한다고 믿으면서.

탐욕은 이렇게 복리로 증식한다.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자기 확신의 복리. 그 복리는 자산이 아니라 정신적 빚이 되어, 매일 밤 2시마다 이자를 챙겨 간다.

본 글은 허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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