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8 · Vol. III · No.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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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GLOBAL

석유의 마지막 날씨

에너지 전환의 필연성 속에서 산업 쇠퇴에 직면한 CEO의 개인적 성찰

· 2분 읽기 · #멜로

이른 봄의 유정

2026년 3월, 리나 최는 52층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울 도심의 봄비가 유리창을 타고 흘렀다. 아래로는 전기차들이 소리 없이 미끄러졌고, 충전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예전의 주유소보다 두 배는 길었다. 그녀가 CEO로 있는 XOM — 회사 이름을 딴 것은 아니지만, 그 티커가 늘 그녀의 머릿속에 붙어 있었다 — 의 서울 사무소 창은 이 풍경을 매일 보여주었다.

오늘은 이사회 보고서 날이었다.

숫자가 말을 걸기 시작할 때

보고서의 17페이지였다. 리나는 그 페이지를 세 번 읽었다.

국제에너지기구가 2025년 말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의 전력 비중 증가 속도가 기존 모델 예측보다 3.2년 앞서 진행 중이었다. 태양광 패널 단가는 2020년 대비 절반 아래로 떨어졌고, 배터리 저장 용량은 연평균 31%씩 늘고 있었다. 컨설팅 회사가 “낙관 시나리오”라고 불렀던 곡선 위에 실제 데이터가 점으로 찍혀 있었다. 그 점들은 모두 곡선의 위쪽에 있었다.

그녀의 손이 멈췄다.

이것은 환경 운동가들이 외치는 구호가 아니었다. 블랙록과 뱅가드가 함께 쓴 보고서였고,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가 서명한 숫자였다. 월스트리트는 이미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었다.

“CEO님, 이사회가 5분 후 대기 중입니다.”

비서의 목소리가 인터폰을 통해 들어왔다.

회의실 안의 침묵

이사회는 열여섯 명이었다. 대부분 60대 남성들이었고, 그중 몇몇은 이 회사에서 30년 이상을 보냈다. 그들의 손목시계는 고급스러웠고, 그들의 눈빛은 익숙한 확신으로 빛났다.

“리나, 올해 배당 계획은 변함없는 거죠?”

이사장 박 회장이 물었다. 78세였고, 아직도 지팡이 없이 걸었다. 그의 아버지가 1970년대 중동에서 유전을 개발했고, 그는 그것을 이어받아 키웠다. 그에게 석유는 역사였고, 가족이었고, 자존심이었다.

“배당은 유지합니다.”

리나는 말했다.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상하게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올해는 가능했다. 내년도 아마 가능할 것이었다. 5년 후는 다른 이야기였다.

투자자들은 단기 배당을 원했다. 직원 4만 2천 명은 고용 안정을 원했다. 이사회는 현상 유지를 원했다. 그리고 그녀의 딸 지수는 열여섯 살이었고, 학교에서 기후 위기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수의 질문

두 달 전 일이었다.

지수가 저녁 식탁에서 노트북을 펼치며 물었다.

“엄마 회사 이름 말해줘. 발표에 넣으려고.”

리나는 잠시 멈췄다가 대답했다.

“그냥 에너지 회사야.”

“어떤 에너지?”

“석유.”

지수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타이핑을 계속했다. 그 짧은 침묵이, 그 고개를 들지 않는 태도가 리나의 가슴 어딘가에 박혔다. 질문도 비판도 아니었다. 그저 확인이었다. 하지만 그 확인이 판결처럼 느껴졌다.

열여섯 살짜리 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할 것이었다.

석유의 마지막 날씨

회의가 끝나고 리나는 다시 창가로 돌아왔다.

비가 그쳐 있었다. 도심의 빌딩들 사이로 석양이 길게 퍼졌고, 전기차 충전소 위의 태양광 캐노피가 그 빛을 반사하며 빛났다. 누군가는 그것을 아름답다고 했을 것이다. 리나에게는 낯설었다.

그녀는 회사가 지금 당장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석유 수요는 천천히 줄어들 것이었다. 10년, 어쩌면 20년 동안 아직도 돈이 될 것이었다. 이사회는 옳았다. 배당은 가능했다. 하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숫자가 조용히 방향을 틀 것이었다.

그 전환점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정확히 몰랐다. 모델은 계속 틀렸고, 현실은 모델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준비가 필요한 순간은 이미 지나가 있을 것이었다.

리나는 서류를 덮었다.

이사회 결정은 내일 발표된다. 배당은 유지될 것이다. 주가는 안정될 것이다. 직원들은 안심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만족할 것이다.

그리고 지수는 커서, 언젠가, 이 시절의 신문을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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