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8 · Vol. III · No. 45
반도체 회로 기판
Openverse (CC0)
액션
GLOBAL

칩의 사막

반도체 부족의 시대, 칩 한 장을 두고 벌어지는 기업들 간의 눈에 띄지 않는 전쟁.

· 2분 읽기 · #스토리#액션

사막의 열기는 오후 세 시가 지나도록 가라앉지 않았다.

실풍은 창문 없는 회의실 의자에 등을 붙이고 맞은편 남자를 바라보았다. 테이블 위에는 커피잔 두 개, 서류 뭉치 하나, 그리고 아직 서명이 없는 단 한 장의 종이가 놓여 있었다. 형광등이 위태롭게 깜빡였다. 그 빛 아래 한빛전자의 대표는 넥타이를 반쯤 풀고 앉아 있었지만, 눈빛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납기일은 90일입니다.” 실풍이 먼저 말을 꺼냈다.

“30일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숫자였다. 2021년 하반기, 전 세계 반도체 납품 대기 기간이 평균 52주를 돌파했다. 자동차 공장들은 절반의 가동률로 삐걱거렸고, 가전업체들은 완제품 옆에 ‘sold out’ 딱지를 붙인 채 고객을 돌려보냈다. 1나노미터 차이가 수천억을 갈랐다. 그 사막 한복판에서 30일은 환각이었다.

그런데도 한빛은 그 숫자를 말했다. 협상이 아니라 압박이었다.

“우리는 새벽마이크로에 연락했습니다.” 한빛이 나지막이 말했다.

실풍의 위장이 조여들었다. 새벽마이크로. 사막 반대편에서 조용히 몸집을 키워 온 그 경쟁자는 실풍보다 작았지만 훨씬 빨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절박했다. 절박한 쪽이 먼저 무너진다. 실풍은 그 오래된 법칙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절박한 쪽이 먼저 베팅을 하기도 했다.

“새벽이 뭘 제안했습니까?”

한빛은 종이 한 장을 테이블 위로 밀었다. 실풍은 그것을 집어 읽었다. 60일 납기, 단가 8퍼센트 인하.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독점 공급 계약, 24개월.

손가락 끝이 싸늘해졌다.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었다. 실풍을 한빛이라는 거대 고객에서 완전히 잘라내겠다는 선전포고였다. 그리고 한빛이 그 종이를 테이블 위에 꺼내 올린 것은, 이미 마음이 흔들렸다는 신호였다.

실풍은 창문 없는 방 안에서 모래바람 소리를 들었다.

그는 옷깃을 한 번 여미고 목을 가다듬었다.

“62일입니다.” 실풍이 말했다.

한빛이 처음으로 눈썹을 올렸다.

“62일에 단가 조정 없이, 대신 24개월이 아니라 36개월 계약입니다. 그리고” 실풍은 잠시 멈추었다가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한빛전자 명의가 찍힌 추천서였다. “혜성자동차 공급 건에서 우리가 한빛 쪽을 추천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정적이 흘렀다.

혜성자동차. 반도체 대기근이 절정일 때 가장 빠르게 생산 라인을 재건한 그 회사는 지금 대규모 반도체 조달처를 찾고 있었다. 실풍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움직였다. 한빛을 중간에 끼워 넣은 추천서를 혜성 쪽에 미리 흘려 보낸 것이다.

한빛은 오랫동안 그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사막에서는 총이 아니라 정보가 무기였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모래 위에서 먼저 물줄기를 아는 쪽이 살아남았다. 새벽마이크로는 가격을 깎았다. 실풍은 판을 바꿨다.

“서명하시겠습니까?” 실풍이 물었다. 목소리는 낮고 고른 채였다.

한빛은 천천히 펜을 들었다. 형광등이 한 번 더 깜빡이다가 멈췄다. 펜 끝이 종이 위로 내려앉는 순간, 실풍은 숨을 참았다.

서명이 완성되는 데는 3초가 걸리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는 커피가 식어 있었다.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실풍은 계약서를 반으로 접어 천천히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 무겁지 않았다. 그것이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사막 어딘가에서, 새벽마이크로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본 글은 허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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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고지 · 본 스토리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AI 시스템이 자동 생성한 창작 서사(픽션)입니다. 등장 인물의 발언, 내심, 행위는 실제 사실과 다른 가공된 묘사이며, 실존 인물과 기업에 대한 평가, 비방, 사실 단정이 아닙니다. 투자 권유나 기업 평가가 아닙니다. 정정·삭제 요청은 nicepark0606@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자세한 내용은 면책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