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스마트폰 해체자의 손가락
중고 스마트폰 해체자의 손가락
하준의 손가락은 아홉 번째 사계절을 버텼다.
그것이 대단한 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해체 작업대 앞에서 보낸 아홉 해 동안, 오른손 검지 끝마디는 조금씩 납작해졌다. 얇은 주걱 공구를 하루 열두 시간 쥐고 있으면 그렇게 된다. 의사는 직업성 압박이라고 했다. 하준은 그냥 작업자의 흔적이라고 불렀다.
인천 외곽의 재생 단말 처리장. 창고 규모로는 작은 편이고, 테이블 열여섯 개에 작업자 스물다섯 명이 앉는다. 오전 여섯 시 반이면 형광등이 켜지고, 오후 여덟 시면 꺼진다. 점심은 열두 시 반에 사십 분. 그 외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겨울에는 창이 없는 쪽 자리에서 손가락이 먼저 굳는다. 하준은 항상 그쪽 자리에 앉는다. 먼저 온 사람이 거기 앉으면 오히려 불편하다는 걸 아홉 해 동안 배웠다.
오후 두 시가 지났을 때 옆자리의 미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거 봐요.”
7세대 모델이었다. 뒷면 보호 필름 안쪽에 무언가 끼어 있었다.
사진 한 장.
가족사진이었다. 아이 셋과 부모, 명절 한복. 대형 마트 사진관 느낌이었다. 필름을 붙이기 전에 넣어둔 것인지, 아니면 필름이 들뜨는 사이 오랜 시간에 걸쳐 미끄러져 들어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뭐 어쩔 거야.” 하준이 말했다. 말이라기보다 습관처럼 나온 소리였다.
“그냥 두기 좀 그렇잖아요.”
“거기 올려 둬. 퇴근 전에 처리함에 넣으면 돼.”
미란은 사진을 작업대 구석에 세워두었다. 하준은 다음 기기로 넘어갔다. 화면 복구 불가 판정을 받은 기기들이 담긴 박스가 한 줄로 쌓여 있었다. 카메라 모듈, 배터리, 메인보드 일부. 각각 다른 경로로 판매되거나 처리된다. 배터리는 별도 집하장으로 간다. 열처리 불량이 나오면 가장 먼저 작업자 쪽에서 연기가 난다.
이 창고에 들어오는 단말기는 한 달에 평균 사천여 대다.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 세 곳에서 수거한 것들이 절반, 기업 단체 반납분이 나머지다. 세계적으로 중고 스마트폰 거래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어느 조사 기관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중고 단말 시장이 약 65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집계했다. 지속 가능한 소비, 환경 친화, 탄소 발자국 감소. 그 단어들이 항상 그 숫자 주변에 붙어 있었다.
하준은 그 단어들을 한 번도 작업대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게 더 정확하다. 기기 하나를 완전히 해체하는 데 평균 열 분, 하루 할당량을 채우려면 멈추지 않아야 한다.
“손 어때요?” 미란이 물었다.
“괜찮아.”
“어제 감각 없다고 했잖아요.”
“이제 괜찮다고.”
거짓말은 아니었다. 아침에는 실제로 괜찮았다. 오후 두 시 이후로는 다시 오른쪽 검지가 묵직했다. 주먹을 쥐면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 한 박자 늦게 도착하는 것 같았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하준은 스물셋이었다. 재생 단말 사업이 막 커지던 시절이었다. 누군가 환경을 이야기하면 으레 중고폰 얘기도 나왔다. 하준은 그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는 알게 됐다.
지속 가능하다는 말이 어디까지 적용되는가.
기기 수명을 늘리는 것은 가능하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의 손가락이 얼마나 견디는지는 아무도 세지 않는다. 반납된 기기의 탄소 절감량은 어딘가에 기록되지만, 하준의 오른손 검지가 얼마나 평평해졌는지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저녁 여덟 시에 형광등이 꺼졌다. 하준은 장갑을 벗고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했다. 세 번, 네 번. 굳어 있는 감각이 돌아오는 데 잠깐 걸렸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걸리는 것 같았다.
미란은 퇴근하면서 작업대 구석의 사진을 처리함에 넣었다. 한복을 입은 가족이 작은 종이 뭉치들 사이로 사라졌다.
하준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내일 아침이면 형광등이 다시 켜진다.
본 글은 허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